책 이야기

짧은 소설이 오래 남는 이유, 이승우의 "만든눈물 참은눈물"

달콤한하루 2025. 12. 23. 22:59

만든눈물 참은눈물, 말해지지 않은 마음에 대하여

이승우 작가의 『만든눈물 참은눈물』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책은 읽는다기보다 머무는 책”이라는 말이었어요.
 
 


 
 
이야기가 앞으로 달려가지 않아요.
대신 한 문장 앞에서 자꾸 멈추게 해요.
짧은 소설들이지만, 속도가 느려질수록 의미가 또렷해졌어요.
문장을 넘기기보다 문장 안에 머물게 되는 경험이었어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몇 줄의 메모에서 출발했다고 해요.
언제 소설이 될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메모장 속에 남아 있던 생각들이 시간이 지나 이야기가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모든 글이 완성된 결론처럼 느껴지기보다,
여전히 질문을 품고 있는 상태로 독자 앞에 놓여 있었어요.
 


 
 
표제작인 「만든눈물 참은눈물」은 감정 표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어요.
우리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보다 눈물을 참고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진정성을 느끼곤 해요.
 
 
하지만 이 소설은 그 장면을 한 단계 더 밀어붙여요.
 
정말 눈물이 나지 않는데도,
참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눈물을 ‘만드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요.
 


 
감정조차 타인의 기대에 맞춰 연출되는 장면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어요.
솔직함과 연기의 경계가 생각보다 얇다는 걸 실감했어요.
 
 


 
「말하려 한 것과 말해진 것 사이의 거리」에서는 말이 왜 늘 어긋나는지 이야기해요.
마음속 생각은 분명한데,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의미는 조금씩 달라져요. 말은 마음의 복사본이 아니라,
필터를 거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종종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어요.
 
 


 
「먹지 않거나 굶거나」라는 짧은 질문은 일상의 선택을 떠올리게 했어요.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상황과,
하기 싫은 걸 해야 하는 상황 중 무엇이 더 힘든지 묻는 문장은 단순하지만 묵직했어요.
삶은 늘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속에는 인터넷과 구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요.
지금은 무엇이든 검색하면 답이 나오는 시대예요.
없는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정보는 넘쳐나요.
하지만 작가는 중요한 이야기들이 오랫동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직접 전해져 왔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요.
정보는 많아졌지만, 말의 온도는 오히려 낮아진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집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한 사람이 평생 집을 짓는 데에만 몰두하다가, 결국 그 집에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였어요.
집은 목적이 아니라 삶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줬어요.
이어지는 “집도 네 몸처럼 아끼라”는 말은 공간을 대하는 태도이자, 삶을 대하는 태도처럼 느껴졌어요.
 
 


 
 
『만든눈물 참은눈물』은 친절한 책은 아니에요.
설명도 적고, 감정을 대신 정리해주지도 않아요.
대신 질문을 남겨요.
그 질문들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머물러요.
생각이 복잡할 때, 말을 줄이고 싶을 때 다시 펼치고 싶은 책이었어요.
짧은 글 속에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집을 찾는다면, 이 책은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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